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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각·내 이야기

A man always has two reasons. . .

몇 해 전엔가 어떤 교수 둘이 한 학기에 학과 복사비를 100만원씩이나 쓴 적이 있었다. 학과 복사비라는 것이 대개 수업용 자료를 복사할 때 쓰는 것이므로 한 사람이 한 학기에 100만원씩이나 복사비를 사용한다는 것은 극히 비정상적이었다. (도대체 어떤 자료를 얼마나 복사했다는 이야기인가?) 그 때가 처음인지 아니면 그 전에도 계속 그런 식으로 복사비를 사용한 것인지조차 알 수 없었다.

 

우연히 조교들을 통해 이 사실을 알게 된 나는 학과 회의에서 이 문제를 거론했다. 복사비 사용과 관련하여 원칙을 세우자는 취지였다. 당시 20년 가까이 교수생활을 한 나였지만, 도대체 어떤 교수가 학과 비용을 100만원씩이나 자기 마음대로 쓸 수 있는지 도대체 이해할 수가 없었다.

 

회의에서 나는 두 교수에게 사용 내역을 설명해 줄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그들은 그렇게 쓸 수 있는 줄 알았었다며, 말을 얼버무리는 것이었다. 미안해 하는 기색도 없었다. 다른 사람들도 쓰면 되지 않느냐는 투였다. 우여곡절 끝에 원칙을 도출해냈다. 각 교수가 한 학기에 수업 및 연구용으로 5만원까지 복사비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었다.

 

이는 당시 학과 예산에서 복사비로 할당된 금액을 교수 수로 나누어 결정한 것이었다. 그러니 그 전에 상당수 교수들은 자기 비용으로 복사를 하기도 하고, 이 두 친구는 학과 전체에 할당된 예산을 초과해 가면서까지 마구 복사비를 사용한 것이었다.

 

그 일은 그렇게 일단 마무리되었다. 그런데 그 일이 후에 변색이 되어 사실과 다르게 퍼지게 되었다. 부끄러워 해야 할 그 사람들이 말을 거꾸로 퍼트린 것이었다. 마치 1,2천원 복사비를 쓰는 것까지 내가 간섭한다는 투였다.

 

학교 돈을 이렇게 쓰는 친구들이 어디 가서 이야기할 때는 공과 사를 구분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정의와 진리, 그리고 염치를 이야기한다. 그러다가 학교에서 무슨 명목의 돈이 나오기라도 하면 그것을 자기가 차지하거나 자기 학생에게 주기 위해 혈안이 된다. 물론 자기들끼리 속닥속닥하며 결정한다. 나중에 다른 사람들이 그 일을 알고 문제를 지적하면, 적반하장식의 반응이 나온다. 말을 거꾸로 해서 돌리는 것은 기본이다. 영어 전공자들의 영어 능력 향상 이야기가 나오면 입에 거품을 물고 "문학의 깊이" 운운한다. 문학의 그 오묘함을 알기 위해서는 영어를 쓰면 안 된다는 취지이다. 겉으로 들을 때는 그럴 듯할 수도 있다. 그렇게 말하는 속 뜻이 다른 데 있는 게 문제이기는 하지만 . . .

 

그래서 J. P. Morgan 같은 이가 다음과 같이 말했나 보다.

 

"A man always has two reasons for what he does--a good one, and the real one."

(사람이 어떤 일을 할 때는 항상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 번째 이유는 그럴 듯한 이유이고, 두 번째 이유는 진짜 이유이다.)

 

대학 교수들이 회의할 때보면, 정당한 제안이나 문제 제기에 대부분의 교수들은 침묵하거나, 아니면 그럴 듯한 이유를 대며, 그 논의를 막으려 한다. 진짜 이유는 물론 자기들이 저지르고 있는 부조리를 감추기 위해서이다. 그런 교수들이 해대는 그럴 듯한 이야기가 이제는 신물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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