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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학위·표절·대학 비리

'수오지심'을 다시 생각한다--어느 가짜 박사의 '수오지심' 없음을 보며

얼마 전 전혀 뜻밖의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3월 10일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선고가 있고 나서 바로 도정일 전 경희대 교수가 한겨레신문에 "문제 해결 미루는 '미결사회' 넘자"는 제목의 글을 기고했다는 것이다.


즉각 인터넷을 검색해 보았더니 사실이었다. 그 글 중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도 있다.  


우리는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사회, 문제를 문제로 보지 않는 사회, 문제를 미루어놓는 사회, 곧 ‘미결사회’다.

나는 이 미결사회의 체질을 바꾸는 것이 ‘탄핵 이후’ 시대의 시급하고 의미 있는 개혁과제라 생각한다.

(자세한 내용은 다음을 참조할 것: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786358.html)


도정일이 누구인가? 있지도 않은 하와이대 석박사 학위를 사칭해 경희대 교수가 되고, 그 후 20년 이상을 봉직한 후 무사히(?) 정년퇴임을 한 사람이 아닌가? 정년퇴임 이후에도 경희대에서 부총장급 대우를 받아가며 온갖 학내 권력을 누리던 사람이 아닌가? 마침내 학위 사칭 사실이 밝혀졌음에도 본인이 학위를 사칭한 적은 없다고 발뺌하던 사람이 아닌가? 하와이대 석사 및 박사 학위 연도뿐 아니라 논문 제목까지 자필로 이력서에 쓴 사실이 밝혀졌음에도 그것을 단순한 착오 내지 게으름 정도로 치부하던 사람이 아닌가? 온갖 반칙을 일삼던 사람들의 도움으로 교수가 되고, 또 지금 이 순간에도 그런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자신의 과오를 적당히 얼버무리고 있는 사람이 아닌가?


그는 박근혜의 무엇을 개혁 대상으로 보고 있는 것일까? 거짓말? 진실 은폐? 무능함? 무책임? 반성 없음?


"거짓말, 진실 은폐, 무능함, 무책임, 반성 없음"은 지난 1-2년 간 도정일이 몸소 보여준 것이다. 도정일이 자신의 허물에 대해 겨자씨 만큼의 부끄러움이라도 느낀다면, 다른 사람은 몰라도 그만은 박근혜의 허물에 대해 아무 말도 하지 말았어야 한다.


한겨레신문은 도정일의 학위 사칭 사실에 대한 제보를 받고도 이를 묵살한 바 있다. 뿐만 아니라 다른 매체에서 도정일의 학위 사칭을 보도하자 오히려 도정일을 변명해주는 듯한 글을 내보내기까지 하였다. 그런 신문사와 그런 도정일이 함께 '미결사회' 운운하는 글을 세상에 내보냈다니, 참으로 민망하기 그지 없다.


도정일은 자기 스스로의 미결 문제부터 해결하고 나서 그런 소리를 해야 하지 않을까?


자기의 옳지 못함을 부끄러워하고, 남의 옳지 못함을 미워하는 마음이 '수오지심'이다. 최소한 그런 수오지심을 갖춘 사람들이 사회의 문제에 대해 우려하고 각성을 요구하는 글을 썼으면 좋겠다. 우리 사회의 가장 큰 미결 문제라면 가짜들이 득세하고, 그 가짜들이 자신들의 본색이 드러날까봐 진짜를 억압해온 부조리를 막아내지 못한 것이 아니겠는가? 그 가짜 중 한 사람인 도정일은 스스로의 미결 문제부터 해결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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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어떤 이대 교수는 정유라의 학점 취득을 부당하게 도와주었다는 이유로 구속수감되었다. 그에 비하면 가짜 석박사 학위로 대학교수가 되고 또 그 사실을 수십년 간 은폐해온 도정일의 죄는 얼마나 중한가? 그럼에도 여전히 그 입으로 우리 사회를 향해 한 말씀 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한다니, 그 근거 없는 오만의 끝은 과연 어디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