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나온 『문학나무』 겨울호에 내 시 3편이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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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 위에 내가 있다 ∣ 한학성
점 위에 내가 있다
시간의 점, 공간의 점 위에 내가 있다
나, 그 어느 한 점에 머물고자 해도
다른 한 점이 나를 그대로 두지 않는다
점 사이에 내가 있다
시간의 점 사이, 공간의 점 사이에 내가 있다
무릇 삶이란 그 사이들을
흐르고 또 흘러가는 것이니
나, 아무리 어느 한 점에 머물고자 해도
그것은 결코 주어지지 않는 것이라
나, 점 밖으로 나가지 않는 한
나, 점 위로 날아오르지 않는 한
나, 점들 사이에 갇혀 있을 뿐이니
나, 아무리 머물고자 해도 머물 수는 없는 것이다
내가 죽어 없어진다 해도
나, 어느 한 점에 고요히 있을 수는 없는 것이다
나, 그 수많은 점들 사이에서
속절없이 흔들리고 있을 뿐이다
무의식 ∣ 한학성
포맷한 컴퓨터에서 오늘날 인류를 본다
신화는 그 지워진 메모리의 흔적
무의식은 그 지워진 메모리의 잔상
초기화시킨 컴퓨터 앞에서
그 옛날 지워지고 만 인류의 기억들을 더듬는다
천재는 포맷이 덜 된 컴퓨터
그들은 순수 의식으로 되돌아가지 못할 터이다
와상설교 ∣ 한학성
거짓말 잘 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부귀영화가 그대 것이라
세상 법은 언제나 큰 거짓말하는 자들의 편이니
다 해 놓고도 안 했다 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돈과 권력이 그대 것이라
그대는 그저
흔들림 없이 필요한 말만 하면 되느니라
아니다 모른다 기억에 없다 하면 되느니라
한 입으로 두 말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세상이 아무리 바뀌어도 무사하리라
그대는 그저
영혼이 무어냐 영혼이 무어냐 하면 되느니라
아니다 모른다 기억이 나지 않는다 하면 되느니라
거짓말 못하는 자는 복이 없나니
어느 세상에서건 편안치 못하니라
그대는 어찌 내 말을 믿었느냐
그대는 어찌 내 말을 곧이 들었느냐
오호통재 오호애재
세상의 진실은 거짓말이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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