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국민들의 자존심에 더 이상 상처를 입혀서는 안 된다
이명박 대통령은 그의 도덕적 결함에도 불구하고 그에게 표를 던진 국민들의 마음 속 깊은 곳에 남아 있는 상처를 너무 안이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위장 전입, 위장 취업을 할 수 있는 사람에게 표를 던져야 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자존심을 상했을지 대통령은 헤아렸어야 한다. 대학생들 앞에서 남의 회사를 자기가 설립했다고 말하는 사람에게 표를 던져야 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마음을 상했을지 대통령은 생각해 보았어야 한다. 이는 최소한 그가 공적인 자리에서 "거짓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이었음을 의미하지 않는가? 이런 사람을 대통령으로 선출해야 하는 사람들의 자존심이 얼마나 상했을지 왜 생각해 보지 않는가?
그 정도의 도덕성밖에 못 갖춘 사람에게 먹고사는 문제를 개선시킬 수 있으리라는 희망으로 사람들이 표를 던질 때, 그 사람들 마음 속 깊은 곳에 어떤 상처가 있었을지 대통령은 짐작이나 해보았는가? 사람들은 아무리 먹고사는 문제가 중요하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사람의 도리나 도덕을 내팽겨칠만큼 중요하다고 믿고 싶어하지는 않는다. 더욱이 국가 지도자를 선택하는 문제에서랴! 그런데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그런 선택을 했던 것이다. 의식했건 하지 않았건, 이것은 많은 국민들의 자존심에 지우기 어려운 상처를 남기고 말았다.
이런 국민들의 상처를 헤아렸다면, 새 정부는 무엇보다도 먼저 국민들의 상처난 자존심을 회복시키기 위해 노력했어야 한다. 그런데 새 정부는 출범하기도 전에 영어가 우리말글보다도 더 중요하다는 투의 영어몰입교육을 들고나와 국민들의 자존심에 더 큰 상처를 입혔다. 그리고 표절 혐의가 뚜렷한 인사를 청와대나 정부의 고위직에 임명함으로써, 국민들이 고위직 인사에게 기대하는 최소한의 도덕적 기준마저 내동댕이치고 말았다. 이런 인사들이 국가 요직을 차지하는 것을 지켜보는 국민들이 우리나라는 역시 이 정도밖에 되지 못하는구나 하며 느꼈을 자괴감을 대통령은 상상이나 해보았는가? 왜 대통령은 자신을 뽑아준 사람들의 자존심에 이런 상처를 계속 입히는가?
대운하 정책만 해도 그렇다. 대운하 정책을 추진하려 한다면, 국회의원 선거 때 당당하게 공약으로 제시해 국민들의 심판을 받았어야 한다. 그런데 대통령은 그러지 않았다. 그리고는 선거가 끝난 후, 슬그머니 이 정책을 밀어부치려고 했다. 대통령은 이런 중차대한 일을 왜 당당하게 처리하지 못하는가? 그것이 국민들의 상처난 자존심을 더욱 덧나게 하는 행위임을 왜 깨닫지 못하는가?
이번 쇠고기 파동도 결국은 대통령이 국민들의 자존심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힌 것이다. 미국 대통령과의 만남을 위해 졸속으로 이루어진 협상의 결과는 국민들의 자존심을 속속들이 건드리는 내용으로 가득찼다. 혹여 그것이 더 큰 이익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하더라도, 검역 주권을 포기하는 모습까지 굳이 보여주었어야만 했는가? 그리고 꼭 그런 시기에 그런 모습으로 타결되었어야 했는가? 왜 그런 모습이 국민들의 자존심에 상처를 입힌다는 생각을 하지 못하는가?
그것이 혹시 대통령의 최고경영자 경력 때문은 아닐까? 기업에서는 자기 마음에 드는 사람만 잘 부리면 될지 모른다. 일 못하는 사람은 도태되게 내버려 두어도 될지 모른다. 또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일만 성사시키면 될지 모른다. 아랫 사람들의 자존심 같은 것은 신경쓰지 않아도 될지 모른다. 그러나 국가는 다르다. 일 못하는 사람도 함께 돌보아야 하는 것이 국가다. 일 잘하는 사람, 일 못하는 사람의 구분이 공정하게 이루어지는지를 감독해야 하는 것이 국가다. 아랫 사람들의 권리가 침해되지 않도록 보호해 주어야 하는 것이 국가다. 그런 점에서 대통령은 자신의 최고경영자 경력을 너무 과신하지 말기 바란다. 그것이 국민들의 자존심에 상처를 입힐 수 있다는 점에서 오히려 큰 약점이라고 생각해야 할 것이다.
이제 대통령은 국민들의 상처난 자존심을 회복시키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 해야 한다. 국민들 앞에서 대통령의 자존심을 내세우지 말기 바란다. 대통령 때문에 국민들의 자존심에 상처가 난 것이므로, 대통령은 자신의 자존심을 버려서라도 국민들에게 난 상처를 어루만져야 한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국가적 자존심은 지켜주기 바란다. 이번 쇠고기 협상은 대한민국의 국가적 자존심에 결정적으로 상처를 입혔으므로, 이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특단의 조처를 취해주기 바란다. 대한민국의 국가적 자존심을 회복시켜야 국민들이 대통령에게 다시 마음을 열 수 있다.
그리고 앞으로는 반드시 최소한의 도덕적 기준은 충족시키는 인사들하고만 나랏일을 상의하기 바란다. 청와대든 행정부든 자격이 안 되는 사람을 자리에 앉히는 일 자체가 국민들의 자존심에 상처를 입히는 일임을 명심하기 바란다.
마지막으로 남에게 요구하는 기준을 자신에게 적용하지 않는 인사는 절대로 가까이 하지 말기 바란다. 지난 번 국회의원 선거 때, 다선 및 고령 인사 배제 원칙을 세워 다른 사람들은 줄줄이 공천에서 탈락시키면서도, 자신만은 예외라고 억지를 부린 모 국회의원은 절대로 가까이 하지 말기 바란다. 국민들은 그가 대통령의 형이기 때문에 특히 솔선수범의 미덕을 발휘해 줄 것을 기대했다. 이것이 대통령을 배출한 가문에게 국민들이 통상적으로 기대하는 도덕률이다. 그가 이 미덕을 실천하지 않는 순간, 국민들은 대통령을 배출한 가문이 왜 그 정도밖에 되지 못하는가 하고 탄식을 하게 되었다. 이 역시 국민들의 자존심에 상처를 주는 일이다. 대통령의 형이 국민들에게 입힌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서는, 대통령이 임기 내내 그를 멀리하면 된다. 그와의 형제간 우의는 대통령직을 퇴임한 다음에 이으면 된다. 그 정도를 이해하지 못하는 형이라면, 그는 대통령을 아우로 둘 자격이 없는 인물이다. 그렇다면 대통령은 그의 말을 경청할 필요 자체가 없다. 얼마 전처럼 대통령과 형이 안가에서 만나 나랏일을 상의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결코 좋은 모습이 아니다.
대통령이나 그 집안 사람들은 그들로 해서 국민들이 자존심에 상처를 입는 일을 더 이상 하지 않아야 한다. 그래야 나라도 살고, 국민들도 살며, 또 그들 자신도 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