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영어 수업시수 확대안에 관한 KBS 1 라디오 열린토론-2008년 11월 11일
2008년 11월 10일 교육과정평가원에서 초등영어 수업시수 확대 방안과 관련한 공청회가 열렸다. 다른 일 때문에 이 공청회에 참여하지 못한 것을 아쉽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KBS로부터 이 안과 관련한 토론회에 참석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날짜는 다음날인 11월 11일.
10여년전 초등영어교육 실시안이 논의될 때부터 나는 중등 영어 교육 및 대학 영어 교육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초등 영어 교육을 실시하는 것은 득보다는 실이 많은 정책임을 역설하였다. 그리고 굳이 초등수준에서 영어 교육을 시키려 한다면, 3학년에서 1-2시간을 시키는 것보다는 5학년에서 3시간을 시키는 것이 더 나을 것이라는 주장을 해 왔다.
이런 생각은 지금도 마찬가지이다. 우리나라 영어 교육 문제의 핵심은 잘못된 수업 방식과 시험 방식에 있다. 그리고 이 문제는 특히 중등 영어 교육에서 심각하다. 이를 해결하지 않은 채 초등 영어 시수만을 확대하는 것은 눈가리고 아웅하는 격에 다름아니다. 그런 점에서 이번 안은 우리 사회 영어 문제의 원인에 대한 잘못된 진단을 근거로 내린 잘못된 처방일 뿐이다.
초등 영어 교육의 효과가 일부 단기적으로 있다 하더라도 중고등학교에서 수능 중심의 구태의연한 교육을 받게 되면 그 효과는 당연히 소멸되고 말 것이다. 그런 점에서 당국에서 주장하는 초등영어 수업시수 확대로 인한 효과는 장기적으로는 무의미한 것이 되고 말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정책을 밀어부치는 관료들과 관변학자들의 담대함이 놀라울 뿐이다.
과거 초등 영어 교육이 실시되던 무렵 이 안을 밀어부치던 사람들은 초등 영어 교육이 시작되면 우리 사회의 영어 문제도 해결되고, 사교육도 줄어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어떤 교수는 언론에 나와 어린아이들은 6개월이면 한 외국어를 배울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 사람들은 지금 어디에 있는 것일까?
초등영어 수업시수 확대안이 시행되어도 마찬가지 결과가 될 것이다. 이 안을 밀어부치는 사람들의 주장과는 달리 우리 사회 영어 문제는 여전히 심각하고, 사교육은 더욱 기승을 부릴 것이다. 그것이 확실해질 때, 이들은 또다시 초등학교 1학년에서부터 영어 교육을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할 것이다.
현시점에서 우리에게 가장 시급히 필요한 것은 영어교육 "강화"가 아니라, 영어교육 "정상화"이다. 그런 점에서 현재 이 안을 밀어부치고 있는 교육과학부 내의 "영어교육 강화 추진팀"은 그 명칭을 "영어교육 정상화 추진팀"으로 바꾸어야 한다. 이 단순한 진리를 권력을 가진 사람들은 언제나 깨닫게 될까?
(자세한 내용은 2008년 11월 11일 KBS 1 라디오 열린토론 내용을 참조하기 바람. 함께 토론에 참여한 사람들: 박준언 숭실대 영문과 교수, 박한준 서울 동신초등학교 교사, 천희완 전교조 참교육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