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으로 피운 꽃송이들
어렸을 때 읽은 이야기 중에 이런 이야기가 있다.
어떤 나라의 임금님이 어린아이들을 모두 모아놓고 씨앗을 하나씩 주면서 그 씨앗으로부터 가장 아름다운 꽃을 피운 아이에게 임금 자리를 물려주겠다고 약속했다. 모두들 그 씨앗을 화분에 심고 정성을 다해 꽃을 피웠다. 그리고 얼마 안 되어 모두들 자기가 피운 꽃들을 자랑하느라 여념이 없게 되었다. 그런데 유독 한 어린이만 꽃을 피우지 못했다. 그는 자기가 잘못해 임금님이 주신 씨앗을 죽였다고 생각하며 고민에 싸였다.
드디어 각자 피운 꽃을 들고 임금님께 가기로 한 날이 왔다. 모두들 화려한 꽃화분을 들고 모이기 시작했다. 꽃을 피우지 못한 어린이는 빈 화분을 들고 가는 수밖에 없었다. 다른 아이들의 조롱을 받으며.
임금님이 꽃들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그러다 꽃을 피우지 못해 빈 화분을 들고 있는 아이를 발견하고는 그를 앞으로 불러내었다. 겁에 질려 앞으로 나간 그 아이를 가리키며 임금님은 바로 이 아이가 자신의 뒤를 이어 임금 자리에 오를 것이라고 하였다.
그러면서 임금님은 지난 번에 나누어준 씨앗은 꽃을 피울 수 없는 죽은 씨앗임을 밝혔다. 그러니 다른 아이들은 모두 임금님이 준 씨앗이 아닌 다른 씨앗으로 꽃을 피운 셈이다. 오직 그 아이만이 임금님이 준 씨앗을 심은 화분을 그대로 가지고 온 것이다.
생각해보면 사회 곳곳에 거짓으로 피운 꽃송이를 들고 자기를 과시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황우석 사건은 그 대표적 예라 할 것이다. 작년에 있었던 유명인들의 학력위조 사건도 마찬가지이다.
정치 교수들의 표절 문제는 또 어떠한가? 이 역시 거짓으로 피운 꽃으로 자신을 치장하는 일이 아니고 무엇인가? 사회 각 부문에서 이러저러한 이유로 상을 받는 사람들은 모두 떳떳한가? 그들은 모두 스스로 씨를 심고 물을 준 결과로 피운 꽃송이들을 들고 있는 것일까? 가진 씨앗으로는 절대로 피울 수 없는 꽃송이를 피웠다며 거짓말하는 사람은 없는 것일까? 최근에 벌어지고 있는 신인 작가와 기성 작가 간의 표절 논란도 결국은 누군가가 거짓으로 피운 꽃을 들고 있기 때문에 일어나는 것이 아니고 무엇인가?
동화 속 나라의 임금님은 거짓으로 피운 꽃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나 현실 세계에서는 그 반대의 경우가 더 많다. 거짓으로 피운 꽃을 들고 있는 사람들이 빈 화분을 들고 있는 정직한 사람을 조롱하는 것은 물론이고, 임금 자리에 앉아 있는 사람들마저 거짓으로 피운 꽃을 들고 있는 사람들에게 상을 주는 것이 보통이다.
그러니 "정직은 최선의 방책"이라는 말은 정직한 사람을 귀하게 생각해주는 임금님이 있는 나라에서나 통하는 격언일 것이다. 임금님이 그러지 못하거나, 아니면 임금님마저도 거짓으로 피운 꽃송이를 잔뜩 들고 있는 나라라면 그런 격언은 아예 땅 속에 묻어버리는 것이 나을 것이다.
우리나라의 임금님들은 동화 속 이야기에 나오는 그런 임금님들인가,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