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의 왜곡
2월 25일 한국외대에서 우학모(우리말로 학문하기 모임) 말나눔 잔치가 있었습니다. 첫 번째 발표자로 나선 이부영 전 의원이 주로 과거 권위주의 정권 아래서 이루어진 말의 왜곡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박정희 시대의 “민족적 민주주의”, “한국적 민주주의”, 전두환 시대의 “정의 사회 구현” 등을 비롯해 최근 삼성의 이건희 회장이 한 “모든 국민이 정직했으면 좋겠다. 거짓말 없는 세상이 돼야 한다” 등의 예를 들어가며 권력에 의한 말의 왜곡 현상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소위 민주화 이후에 나타난 정부에서도 비슷한 예들은 많이 찾을 수 있으리라고 생각됩니다. 노태우 정권의 “보통 사람의 시대”라는 것도 유사한 예가 되지 않을까요? “문민 정부”니 “국민의 정부”니 “참여 정부”니 하는 것들도 마찬가지일 것이고요. “진보”라는 말도 그렇게 볼 수 있지 않을까요?
권력이나 정부에 의한 말의 왜곡은 그렇다 치고,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말 중에도 유사한 예가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우리가 스스럼없이 쓰는 “사교육”이라는 말도 그렇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사교육”이란 (긍정적 의미로 해석할 수 있는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는) 기본적으로 상급학교 진학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과도한 “과외 학습”, “학원 교습”을 의미합니다. 지극히 “비교육적”인 것이지요. 그럼에도 이를 마치 “교육적”인 것처럼 이야기합니다.
“특정 인터넷 게임”이라는 말도 마찬가지입니다. 언론에 간간히 보도되는 극히 중독성이 강하고 또 자기 가족까지도 살해하게 만드는 극히 위험한 게임을 언론은 “특정 인터넷 게임”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이름만으로는 전혀 그 위험성을 나타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특정 상표를 부르는 것에 혹시 법률적 문제의 소지가 있다면 최소한 “특정 인터넷 살인 게임”이라든지 “특정 인터넷 패륜 게임” 등으로 불러 그에 대한 경각심을 높여야 하지 않을까요?
이 외에도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사용하는 왜곡된 말이 많이 있을 줄로 믿습니다. 다른 분들도 유사한 예를 들어주시면 어떨까요? 그리고 이런 왜곡된 말들을 바로잡는 운동을 우리가 펴보는 것은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