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연히 가짜 박사를 거부해야 할 그들이라고 말하는 교수는?
다시 등장한 신정아를 보니 작년 말에 읽었던 글이 생각난다.
어느 대학 교수가 일간지에 쓴 글이다. 그 글 중에는 다음과 같은 글귀가 있다.
"물론 자기 대학교수 중 일부가 비인가 대학의 학위 소지자인 것도 알고 있다. 하지만 당연히 가짜 박사를 거부해야 할 그들이 오히려 그들을 통해 어떻게든 '쯩'만 따면 된다는 걸 배우는 것 같아 마음이 무겁다." (자세한 내용은 다음을 참조할 것: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0/11/04/2010110402292.html)
학생들의 비겁한 행태를 지적한 글이다. 그러나 나는 그 글을 읽고 오히려 그 교수는 무엇을 했는지 궁금한 마음이 일었다. 그 교수가 학생들이 당연히 거부해야 한다고 말하는 그 비인가대학 학위를 가진 교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무엇을 했는지 말이다. 제3자가 나서서 그 문제를 제기하다 고초를 당해도 모른 척하지나 않았는지, 그러면서도 학생들이 그 엉터리 학위의 교수에게 다가간다고 불평이나 하고 있는 것이나 아닌지 말이다. 가짜 박사 교수의 문제는 학생보다는 교수들이 먼저 나서서 해결해야 할 문제가 아닐까 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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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그 대학교수가 쓴 글 전문:
[일사일언] '證' 강박증에 사로잡힌 세상
입력 : 2010.11.05 03:03
- ▲ 채현경·이화여대 음악학 교수
중요하게 의논할 게 있다며 찾아온 30대 후반의 대학강사가 '쯩'이 없어 전임이 못 된다며 푸념을 늘어놓는다. 아이가 셋이나 되며 유럽에서 거의 학위를 받은 것과 마찬가지이고 시간은 많이 투자할 수 없으니 만일 선생님 아래에서 박사 과정을 밟는다면 언제쯤 끝내주겠느냐는 거래도 서슴지 않는다. '쯩'에 대한 강박감 때문에 스스로 학문에 대한 열정이 없음을 대수롭지 않게 털어놓는 것이다.
현대 그룹의 창업주 정주영은 "일이 좋아서 열심히 하다 보니 돈도 생겼다"고 했다. 박사학위 역시 공부하는 것이 좋아서 열심히 하다 보니 받게 되는 일종의 통과 의례여야 할 텐데, 언제부터인가 성공을 담보하는 '쯩'이 되었다. 예로부터 학문을 숭상해온 전통 때문인지 우리 사회에는 박사학위에 대한 무한한 동경이 있다. 그러다 보니 한국은 어느덧 "직접 오지 않아도 박사학위를 받을 수 있다"고 꼬드기는 외국 비인가 대학들이 벌여놓은 불법 학위 시장의 주요 고객이 되었다.
얼마 전 한 젊은 연예인이 외국 명문 대학에서 학위를 받고도 인터넷을 통해 끈질기게 제기된 진위 논란에 몹시 시달렸다. 불법 '쯩'이 난무하는 가운데 우리 사회의 학위에 대한 강박증이 수위를 넘었음을 여실히 보여준 경우이다. 우리 학생들은 IT강국답게 인터넷을 통해 국내외 대학의 정보뿐 아니라 각 분야를 대표하는 학자들의 최고급 강의까지 듣고 있다. 물론 자기 대학교수 중 일부가 비인가 대학의 학위 소지자인 것도 알고 있다. 하지만 당연히 가짜 박사를 거부해야 할 그들이 오히려 그들을 통해 어떻게든 '쯩'만 따면 된다는 걸 배우는 것 같아 마음이 무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