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각·내 이야기

경성제일고보

점 위의 나 2012. 7. 12. 07:13

요즘 인기있는 "각시탈"이라는 드라마에 이강토가 검도를 배우겠다고 슌지가 다니던 학교 검도 도장에 무작정 찾아가는 장면이 나온 적이 있었다. 그런데 내용 중에 일본인 슌지가 다니는 학교의 이름이 "경성제일고보"라고 나왔다. 우스운 일이다.

 

경성제일고보는 일제강점기 중 조선인들이 다니던 학교였다. 당시 일본은 조선인을 차별해 일본인들이 다니는 학교에는 "중학교", 조선인들이 다니는 학교에는 "고등보통학교"라는 명칭을 붙였다. 이런 명칭상의 차별이 없어지는 것은 일본이 조선인들을 그들의 전쟁에 동원하기 위해 소위  "내선일체"를 외치게 되는 일제말기에 와서이다. 이때 "경성제일고보"는 "경기중학교"로 명칭이 변경되었고, 이것이 해방후 "경기중고등학교"로 되었다가, 오늘날 "경기고등학교"로 이어져 오고 있다.

 

당시에 일본인들이 다니던 학교 중에 "경성중학교"라는 것이 있었는데, 이 학교는 현재의 경희궁터에 있었다. 드라마가 역사적 사실을 충실히 반영하려 했다면, 일본인인 기무라 슌지가 다니던 학교의 이름은 "경성제일고보"가 아닌 '경성중학교"쯤으로 나왔어야 할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잘못을 눈치채지 못했겠지만, 경성제일고보의 후신인 경기고등학교를 나온 나에게는 무척 거슬리게 들렸었다.

 

(참고로 해방후  "경성중학교" 자리에는 "서울고등학교"가 들어섰다. 이 학교 교사 중에 조영식이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이 분이 6.25전쟁 중에 "신흥초급대학"을 인수하게 된다. 그는 이 학교를 자신이 교사로 있던 서울고등학교터의 원래 이름인 "경희궁"의 '경희"를 따서 "경희대학교"라고 이름붙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