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각·내 이야기

학교가 이래서야

점 위의 나 2014. 2. 7. 14:47

교수의회가 학교 당국에게 요구한 다음과 같은 사항에 대해 아직 학교측 공식 반응이 없다고 한다. 국가 경영에서 인사가 만사이듯이, 학교 경영에서도 인사가 만사일 것이다. 우리 학교는 대를 이어서뿐 아니라, 형과 아우를 이어가면서까지 소위 간신배류가 주류를 이루는 인사 정책을 해왔다. 그래도 예전에는 입바른 소리를 하는 소수의 사람들이 설 자리가 조금은 있었다. 지금은 그런 작은 자리마저 허용하지 못해 할 정도로 학교 책임자 자리에 있는 이가 자신이 없는 모양이다.

 

자기가 자신이 없다고, 자기 수준이거나 자기만도 못한 사람들을 학내 주요 직책에 임명하면, 자기보다 나은 대부분의 교수들은 무엇이 되나? 기껏 유학 중에 만난 사람들이나 자기 전공 근처에서, 그도 아니면 초등학교 후배나 동창들 정도에서 사람을 고르니, 괜찮은 사람들이 눈에 들어오기나 하겠는가?

 

그 좁디좁은 자신의 네트웍 안에 있는 교수 외에는 아무도 만나려 하지 않을 정도로 자신이 없는 사람이라면, 애당초 왜 학교의 책임자 자리에 올랐는가? 아무리 자기 아버지가 절대권력을 행사하던 학교라 해도, 또 자기 형에게 어떤 문제가 있었다 해도 (여러 해 전, 형이 총장 직에서 물러날 때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공식적으로는 알려진 바가 없는 것으로 안다), 현재와 같이 학교를 운영할 생각이었다면, 그때 학교 일에 아예 간섭을 하지 말았어야 한다. 차라리 교수들이 직접 총장과 학장을 선출하도록 제도를 만들었어야 한다. 그랬다면 최소한 지금과 같이 가라지들이 밀밭을 절단내는 사태는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지금은 정말 희망이 없어 보인다. 얼마나 학교가 엉망이면, 예전에 다른 권력 밑에서 간신배 역할을 하던 사람들까지 전면에 나서서 정의의 투사처럼 굴려고 할까? 배가 침몰 위기에 빠지면 쥐떼들이 먼저 도망을 치는 법이다.

 

그것도 권력이라고, 그렇게 판단력이 마비된 것일까? 무엇보다도 학내 주요 보직자들을 전면 교체해야 한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것은 우리 사회 어디에나 있는 일이지만, 여기처럼 극악할 수 있을까? 악화 중의 악화를 골라 그들에게 자율이라는 칼자루를 쥐어주었으니, 그들만의 태평성대일 뿐이다. 사태가 얼마나 심각하면, 학교 직원들 사이에서마저 "썪은 감자 중에서도 또 가장 썪은 감자를 골라내어 자리를 주는 재주"가 놀라울 정도라는 말까지 돌겠는가?

 

다른 것은 몰라도 학위 사칭, 회계 부정, 권한 남용 등의 혐의가 짙은 사람들을 무슨 인문학의 대표인 양 발탁하는 것이 가당키나 한 것인가? 오죽하면 현 총장에게 인문학자로 대접받으려면, 최소한 3번은 결혼을 해보아야 하는 것 아니냐는 비아냥까지 나오겠는가? 그렇게 사람 보는 눈이 없는 총장이라면, 그리고 몇 안 되는 자신의 똘마니 외에는 학내 구성원 누구와도 얼굴을 마주할 자신이 없는 사람이라면, 당장 총장 직에서 물러나야 한다. 어차피 핏줄 덕이 아니었다면, 변변한 교수 자리 하나 차지할 만한 깜냥도 되지 못했을 것 아닌가?

 

 

 

교수의회 요구결의서

 

지난 201311월 교수의회의 성명서 발표와 12월 총장 이하 보직자 평가 결과 발표에도 불구하고, 대학본부는 이에 별 반응도 없이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에 평교수를 대표하는 교수의회는 현 상황에 대해 평가에 참여한 다수의 교수들과 인식을 같이하며, 다음과 같은 요구사항을 분명히 밝히고자 한다.

 

 

교수의회 회칙에 의거해 50% 이상의 평교수가 참여한 평가 결과를 볼 때 현재의 대학경영의 주체인 총장 이하 주요 보직자들이 평교수들로 부터 신뢰를 잃었다고 밖에 볼 수 없다.

 

교수의회는 이러한 난국을 수습하기 위해선 대학경영의 혁신이 필요하기에 다음사항을 요구하며, 이를 통해 우리대학은 모든 평교수들이 신뢰할 수 있는 대학으로 거듭나야 한다.

 

 

1. 현 보직자의 전원 사퇴를 요구하며, 총장과의 친분 여부를 떠나 신망 받고 능력 있는 분들로 보직자를 전면 쇄신하여야 한다.
현재의 보직 인선은 정해진 임기가 없고, 총장의 일방적인 임면에 의해 이루어지는 상황이다 보니 보직자들도 소신 있는 학교운영을 하는 것이 아니라 총장에 대한 눈치 보기와 자리보전에만 급급한 실정이고 장기 보직에 의한 폐해로 파벌까지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다. 교수의회는 지난 회기부터 지속적으로 보직자 임기제와 투명한 인선을 요구하였지만, 아직도 이것이 실행되지 못하고 있다. 만일, 보직인선의 신뢰 유지가 필요하다면, 과거 총장 임기 초기에 검토되었던 가칭 보직자 인선위원회등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2. 현 총장이 임기를 시작 할 때에 비해 대학 조직이 지나치게 비대해져 있다. 과거 이러한 조직이 없어도 잘 운영되었던 경희대학이다. 성공적인 대학 운영은 효율적인 시스템과 유능한 인재들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이다. 거버넌스 체계의 혁신적 변화를 요구한다.


3. 2014년 대학 예산안에 의하면 구성원들과 합의를 도출하지 못한 채 일방적으로 임금 동결, 교수 책임 시수 증가 등을 계획하고 있는 바, 이는 대학본부의 경영 실패 책임을 일반 구성원들에게 전가하는 것이다. 또한 2014년 각 단과대학 예산을 2013년 비해 30%이상 일방적으로 삭감을 요구하고 있는 바, 각 단과대학의 운영 잘못이 아닌 대학본부 경영책임을 단과대학으로 전가하는 현 상황은 받아드릴 수 없으니, 이를 원상복귀해야 한다.


4. 현 대학 경영에서 가장 큰 문제점 중 하나로 지적된 소통의 문제는 위원회를 많이 만드는 것이 아니라, 대학본부, 보직자와 평교수들과 소통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교수의회, 각 캠퍼스별 지회 등 관련 단체를 통해서 평교수들의 의견을 지속적으로 수렴할 수 있는 창구를 만들고 이를 실천에 옮겨야 할 것이다.


이러한 요구사항들을 제시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과거와 같은 대학 운영을 답습한다면 모든 책임은 대학경영의 책임자인 총장에게 돌아갈 것이며, 이런 상황이 발생하면 교수의회는 특단의 조치를 취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이러한 상황이 발생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다시 한 번 즉각적인 대학경영의 개혁을 촉구한다.


2014년 2월 3일

경희대학교 교수의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