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 시 2편
이번에 나온 『문학나무』 가을호에 내 시 2편이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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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있으라 하지 않으셨나요 | 한학성
하느님께서 빛이 있으라 하시니
빛이 생겼습니다
낮과 밤도
하늘과 땅, 바다도
있으라 하는 하느님 말씀으로
생겨났습니다
해, 달, 별도
풀, 과일나무들도
그 있으라 하는 말씀으로
생겨났습니다
이 세상 모든 것은
있으라 하는 그 말씀 때문에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왜 하느님은
사람아 있으라 하지 않으신 걸까요
사람을 그 있으라 하는 말씀으로
있게 하지 않으신 걸까요
왜 우리 모습으로 사람을 만들자
하신 걸까요
있으라 하지 않고 만들자 하신
그 뜻이 무엇입니까
있으라 하셨으면
아드님을 보내지 않으셔도 되었을 텐데
왜 만들자 하신 겁니까
저희더러 그 뜻을 알아내라고
그렇게 하신 겁니까
삼권분립 | 한학성
삼권분립
입법부 행정부 사법부의
분립이요 독립이렸다
국회의장 대통령 대법원장이
동격이라는 이야기렸다
대법원장
국회의장
지금 우리에게도 있지
그러나 그건 단지 이름뿐
그들은 기껏해야
대법원장관
국회의장관에 지나지 않을 뿐
그러면서 무슨 삼권분립인가
그러면서 무슨 삼권독립인가
장“관”이면서
“관” 자를 떼어놓고
“관”을 쓰고 으스대는 그들
그들에게 “관”을 선물해야겠다
11월 화툿장 오동으로 만든 “관”을
선물해야겠다
헌법재판소장관에게도
그래야겠다.
(『문학나무』2019년 가을호 수록)
다음을 클릭하면 출판된 형태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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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1 (2019년 9월 3일)
이 시를 올리고 나서 어제 조국의 기자 간담회 보도를 보았다. 답답하다. 국회가 그런 식으로 조롱당하고 있는데도 국회의장이라는 작자는 입도 벙긋하지 못하고 있다. "장관"은커녕 "주사"급도 못 되는 국회의장이라고나 해야 할까 . . .
**덧붙이는 글 2 (2019년 9월 4일)
최근의 사태를 지켜보며 2년 전에 나온 내 시 "와상설교"가 다시금 생각난다. 아, 이 거짓말 천국을 어떻게 할 것인가?
와상설교 ∣ 한학성
거짓말 잘 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부귀영화가 그대 것이라
세상 법은 언제나 큰 거짓말하는 자들의 편이니
다 해 놓고도 안 했다 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돈과 권력이 그대 것이라
그대는 그저
흔들림 없이 필요한 말만 하면 되느니라
아니다 모른다 기억에 없다 하면 되느니라
한 입으로 두 말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세상이 아무리 바뀌어도 무사하리라
그대는 그저
영혼이 무어냐 영혼이 무어냐 하면 되느니라
아니다 모른다 기억이 나지 않는다 하면 되느니라
거짓말 못하는 자는 복이 없나니
어느 세상에서건 편안치 못하니라
그대는 어찌 내 말을 믿었느냐
그대는 어찌 내 말을 곧이 들었느냐
오호통재 오호애재
세상의 진실은 거짓말이니라
(『문학나무』2017년 겨울호 수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