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열풍 이렇게 본다-동아일보
2002년 2월 동아일보는 몇차례에 걸쳐 "영어 열풍의 허와 실"이라는 시리즈 기사를 내 보냈다. 동아일보 측으로부터 이 문제와 관련해 원고청탁을 받은 나는 영어 교육 개혁의 필요성과 함께 영어에 대한 사회적 특혜를 줄여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원고를 청탁한 기자가 내 글을 무단으로 고쳐 게재하였다.
원래의 내 글은 <우리시대 영어담론: 그 위선의 고리들> 7장 7절에 수록해 놓았다.
2002년 2월 5일자 동아일보에 게재된 내용은 다음을 참조하기 바람.
http://www.donga.com/fbin/output?sfrm=2&n=200202040306
다음은 게재 내용.
우리 사회에서 공교육을 통해 영어 능력을 갖춘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데도 국민 모두가 영어를 잘 해야 한다는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
조기 영어교육에 대한 맹신으로 너 나 할 것 없이 영어 공부에 막대한 사교육비를 쓰는 바람에 유치원이나 초등학생들의 심리적 부담은 위험 수준에 달했다.
과연 모든 국민이 영어 때문에 이처럼 고통받아야 하는지 생각해 보자. 외국인을 상대하고 무역을 하는 사람이 얼마나 되는가. 대부분의 사람은 영어를 사용할 일이 별로 없다. 그러면서도 정작 영어가 필요한 분야에서는 영어를 제대로 구사하는 사람은 찾아보기 힘들다. 영어 교사들의 영어 구사 능력에는 신경쓰지 않으면서 모든 종류의 선발시험에 영어가 포함되는 불합리한 관행이 계속되고 있다.
결론부터 말한다면 영어가 필요한 분야는 열심히 배워야 하겠지만 그렇지 않은 곳에서는 영어로 인한 부담을 과감히 덜어줘야 한다.
이를 위해 우선 영어에 대한 사회적 특혜를 줄여야 한다. 영어가 필요없는 부문에서조차 영어를 강요하고 영어만 잘하면 능력자로 대우받는 풍토가 계속되는 한 영어로 인한 사회적 낭비는 완화되기 어렵다. 조기 영어교육이 번지는 것도 영어만 잘하면 좋은 대학에 갈 수 있는 특전이 있기 때문이다. 영어는 그저 하나의 외국어일 뿐이다.
학교의 영어교육도 대수술이 필요하다. 학교에서 영어를 습득할 수 있고 수업시간에 영어를 실제로 사용해 볼 수 있게 수업 방식을 뜯어 고쳐야 한다. 영어로 수업이 가능한 교사만 교단에 설 수 있게 영어교사 양성 방법 등을 획기적으로 개혁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학교 영어교육은 무용론 시비에 휘말릴 것이다.
영어 인력 수급은 전적으로 민간 부문에 맡겨져 있다고 할 만큼 국가의 역할이 미미하다. 영어 전문 인력을 얼마나 양성해야 할 것인지 국가적 전략을 세워야 한다.
이렇게 해야만 유창한 영어 실력을 갖춘 인력을 양성하지도 못하면서 전 국민을 영어의 노예로 만드는 사회적 낭비와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수 있다.
한학성 경희대 교수·영어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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