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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각·내 이야기

문화세계의 창조

 

내가 근무하는 학교에는 교시탑이라는 것이 있다. 학교 정문을 지나 본관으로 가는 길목에 “文化世界의 創造”라고 쓰여 있는 탑이 있는데, 이것이 바로 교시탑이다. 나는 이 탑을 20년 이상 보아 왔다.

 

그런데 요즈음 “문화세계”라는 것이 과연 어떤 세계일까 하는 물음이 생겼다. 그리고 그러한 세계를 “창조”하는 것이 과연 가능할까 하는 의문도 든다.

 

어떤 세계를 창조하기 위해서는 먼저 그 세계가 어떤 세계인지를 정의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문화세계”라는 것을 아무리 정의하려 해보아도 정의가 되지 않는다. “원시사회”가 아니면 “문화세계”일까? 그렇다면 우리는 이미 “문화세계”에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대학이 새삼스레 “문화세계의 창조”를 목표로 삼을 이유가 없다.

 

“서구화된 사회”가 “문화세계”일까? 이미 서구와 우리 간에 별다른 차이가 없는 오늘날과 같은 상황에서는 이 역시 대학이 추구해야 할 의미 있는 가치로 보기 어렵다.

 

아직 오지 않은 어떤 정신적 가치가 지배하는 사회가 문화세계일까? 그렇다면 그 정신적 가치가 무엇인지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은 무엇일까?

 

최소한 거짓이 진실을 농하고, 천박함이 강물처럼 흐르는 그런 세계는 아닐 것이다. 요즈음 문과대학 주변을 맴도는 참을 수 없는 천박함의 가벼움을 보며, 나는 우리 대학이 지향한다는 “문화세계”는 최소한 문과대학 교수들의 힘으로는 만들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문화세계”가 어떤 세계이든지 간에 거짓이 주류를 이루고, 무례함과 상스러움이 판을 치는 세계는 아닐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