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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서 소개

<영어, 그 안과 밖>이 나오다


내 책 ?영어, 그 안과 밖?이 나왔다. 2016년 4월 30일 도서출판 채륜 발행.






다음은 이 책 머리말 내용.



머리말



영어에는 왜 불규칙동사라는 게 있을까? 왜 영어에서는 주어가 3인
칭 단수이고 시제가 현재인 경우에만 유독 동사에 ‘-s’나 ‘-es’ 표시를
하는 것일까? 영어 명사 ‘ox’의 복수형은 왜 ‘oxes’가 아니고 ‘oxen’일까?
‘wolf’나 ‘knife’는 왜 복수형에서 ‘f’가 ‘v’로 바뀌는 것일까? ‘England’
의 형용사형인 ‘English’에는 ‘l’이 들어가는데, ‘Scotland’의 형용사형
인 ‘Scottish’에는 왜 ‘l’이 들어가지 않는 것일까?


이 책 1부에서 제기하는 이런 질문들은 영어의 유창성을 높이는 일
과는 별로 관계가 없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어떤 사람들에게는 이런 질
문들이야말로 흥미진진할 수 있다. 어떻게 해야 이런 질문들에 답할 수
있을까? 이런 질문들에 답하기 위해서는 영어가 어떤 언어인지, 영어의
역사는 어떠했는지, 그리고 언어는 대체 무엇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또
한 어떤 원리로 작동하는 것인지 등에 대해 생각해보아야만 한다. 이
책은 이런 점들에 대해 궁금해 할 법한 사람들을 위해 쓴 것이다.


이 책에서는 편의상 영어를 안과 밖의 둘로 나누었다. 영어를 안에
서 먼저 본 다음, 뒤이어 밖에서 보기 위함이다. 영어를 안에서 본다는
것은 기본적으로 영어의 안을 들여다본다는 것이다. 영어라는 언어를
해부해본다는 뜻이다. 영어를 해부해 영어를 구성하는 요소, 즉 영어의
소리, 단어, 문장, 의미 등의 내부 구조와 구성 원리를 밝혀낸다는 것을
뜻한다. 2부에서 이 일을 하고자 노력하였다.


밖에서 영어를 본다는 것은 영어가 속한 시대적, 그리고 공간적 좌
표에 서서 영어를 본다는 뜻이다. 시대가 바뀌면서 영어가 어떻게 바뀌
어 왔는지, 지역에 따라, 사회적 계층에 따라 영어가 어떻게 서로 다른
지, 영어라는 언어는 어떻게 습득되는지 등을 살펴본다는 뜻이다. 3부

에서 이와 같은 일을 하고자 하였다.


영문법과 영어 사전은 영어를 담는 그릇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4
부에서는 지난 몇 세기 동안 사람들이 영문법과 영어 사전이라는 그릇
에 영어를 어떻게 담으려고 해 왔는지, 다시 말해 영문법과 관련한 쟁점
은 무엇이었는지, 대표적인 영어 사전에는 어떤 것들이 있으며, 그들은
영어를 어떻게 담으려고 했는지 등을 살펴보고자 하였다. 마지막 5부에
서는 우리 스스로 영어에 대해 무엇을 해 왔는지를 반성해보고, 영어학
과 인문학과의 관계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고자 하였다.


이 책의 시발은 나의 1992년 저서 『영어란 무엇인가』였다. 주로 영어
의 안쪽 모습을 조명했던 20여 년 전의 이 책을 손보고자 하는 마음은
늘 있었지만, 여러 사정으로 실현되지 못하였다. 이제 이전 책에서 부족
했던 부분을 보완하고, 거기에 영어의 바깥 모습을 더하고, 또 영어를
담는 그릇이라고 내가 일컬은 영문법과 영어 사전 등에 관한 내용을 보
태어 세상에 내놓게 되니, 그 감회가 실로 남다르다. 오랫동안 막혀 있
던 물길이 이제야 뚫리는 심정이라고나 할까. 30대 중반 초임 교수 시절
의 열정과 정년을 얼마 안 남긴 갈참 교수의 회한이 이 책의 여기저기에
서 씨름을 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아무쪼록 이 책이 영어, 영어학, 그리고 인문학에 진지한 관심을 갖
고 있는 사람들에게 그들이 찾는 길을 밝혀주는 선한 일을 하게 되기를
바란다. 몇몇에게는 길고 진한 여운을 남기는, 그런 행복한 운명을 이
책이 맞이했으면 좋겠다.


2016년 봄
가락골 서재에서 지은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