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법인사무처를 통해 조인원 이사장에게 아래와 같은 메일을 보냈다. 그렇다고 해서 특별한 의미가 있을 가능성은 별로 없다. 단지 기록을 위해 그 내용을 이 블로그에 올려놓는다. (혹시 학교 이사장에게 존대를 하지 않았다고 나무라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존대를 하면 마치 무슨 부탁을 하는 것처럼 들릴 것 같아 동등한 지위에서 의견을 전하는 형식으로 만들기 위해 일부러 존대를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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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인원 이사장에게
올해 2월 문과대 응용영어통번역과를 정년퇴임한 한학성이네. 재직 중에 학내 문제로 자네에게 몇 차례 소식을 보낸 적이 있으나 답신을 받은 적은 없네. 이번에도 마찬가지겠지. 쓸 데 없는 일임이 분명하기는 하네만 마지막으로 메일을 보내보네.
1. 우선 경희대에서 수십 년 봉직한 후 퇴임하는 교수들에게 학교가 그들의 노고에 고마워하고 있다는 느낌을 좀 더 강하게 줄 수 있도록 노력해주기 바라네. 여러 방안이 있을 수 있겠지만 이사장인 자네가 직접 전화해 감사를 표하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겠네. 수십 년 경희대를 위해 일하고 나가는 교수들을 직접 만나 감사를 표하지는 못할지언정 짧은 전화로라도 감사를 표하는 정도는 할 수 있어야 하지 않겠나?
2. 명예교수들에게 2년 동안 일반 강사료의 두 배를 지급받는 혜택을 준다고 했으면 학교가 당연히 그것을 보장해주어야 하지 않겠나? 어느 간신 보직자가 생각해냈는지 모르겠지만, 명예교수의 강사료를 각 학과의 예산에서 지급하도록 함으로써 이 제도가 제대로 시행되지 않고 있네. 단과대학이나 학과에 따라 이 제도의 혜택을 받는 교수도 있고 그렇지 못한 교수도 있네. 학교가 이 제도를 만들었으니 당연히 학교가 책임을 져야 하지 않겠나? 어떻게 이를 단과대학이나 각 학과에 떠맡길 수 있나? 이는 비겁한 태도가 아닐 수 없네. 이사장으로서 이 제도를 자랑으로 생각한다면, 명예교수의 강사료를 학교가 책임지도록 하기 바라네.
3. 정년퇴임하는 교수에게 이사장이 전화로 감사 표시를 하지 않는 것은 그렇다 쳐도 학과장마저 정년퇴임 교수에게 전화 한 통 안 하는 것은 너무하지 않은가? 코로나 핑계로 학과 차원의 환송회는 못 열어준다고 해도, 또 퇴임 교수의 연구실에 찾아와 직접 작별 인사를 하지는 못한다 해도, 학과장이 전화 한 통 안 하는 것은 대체 어느 학교에서 있을 수 있는 일인가? 나는 30년 동안 경희대에서 봉직하고 퇴임하면서 퇴임 이전은 물론 오늘까지 학과장으로부터 전화는 물론 메일이나 문자도 받은 적이 없네. 그리고 명예교수 강사료 부담을 핑계로 다음 학기 강의에서 배제되면서도 학과장은 물론 학과 구성원 누구로부터 어떠한 연락도 받지 못하였네. 이것이 자네 선친이 그토록 강조하던 경희가족을 자네가 대표하는 경희학원이 대하는 방식인가? 더욱이 그 교수는 영어학부 시절 특정 그룹 교수들의 담합으로 해임 위기에 처했던 사람인데, 그 위기에서 자신을 구해내려 애써준 사람에게 이 무슨 배은망덕이란 말인가? 문제는 그 교수가 자신이 그 고초에서 벗어난 것을 선의를 가진 여러 교수들의 도움 때문이 아니라, 학내 실력자의 도움 때문이라고 믿고 있다는 것이네. 전언에 따르면 그 교수는 자기 뒤에 자네가 있다는 투의 말을 하고 다니는 모양이네. 그러니 자네에게 비판적이었던 나를 홀대하고 모욕을 주는 것이 자네에게 잘 보이는 길이라고 믿는 것이겠지. 아울러 자네가 신임했던 도정일 교수의 가짜 석박사 학위 문제를 제기한 나를 모욕함으로써 학내 다른 권력자들에게 같은 편이라는 신호를 보내는 것인지도 모르겠네. 경위야 어찌 되었든 자신의 학과에서 정년퇴임하는 교수를 이렇게 대하는 학과장을 그대로 두어서 되겠나? 그대로 놔두면 그 자는 더욱 의기양양해져서 지금보다 더 자기 뒤에 자네나 총장이 있다는 과시를 하게 될 걸세. 두고 보겠네.
이렇게 메일을 써보았자 변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을 것이라는 절망감이 나를 더욱 슬프게 하네. 학내 주요 결정을 좀 더 당당한 사람들이 할 수 있도록 하면 안 되겠나? 지금처럼 자네 눈치나 보고 자네 마음에나 들려고 아부하는 자들만 우대하면, 앞에서 이야기한 학과장과 같은 자들이 더욱 기승을 부리게 될 걸세. 이것이 문화세계의 창조라는 자네 선친의 구상과 양립할 수 있는지 잘 생각해 보기 바라네.
그리고 여러 해 전에 보낸 메일에서 이야기한 것이기는 하네만, 술 생각이 날 때 연락하면 술 한 잔 사겠다는 제안은 여전히 유효하네. 나이는 내가 조금 어리지만 조금 먼저 대학 교수 생활을 시작한 사람으로서 서로 마음에 있는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자리가 생긴다면 굳이 피하지는 않겠네.
그러나저러나 자네는 마음 터놓고 대화할 수 있는 친구 하나라도 가지고 있나? 궁금해서 하는 말이네.
아무쪼록 다음 학기부터는 정년퇴임하는 교수들이 좀 더 자부심을 느낄 수 있게 되기를 바라네. 그리고 학교 규정대로 모든 명예교수들이 학과 예산과 무관하게 2년간의 강의 우대 혜택을 제대로 받게 되기를 바라네. 그리고 아무리 자네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라지만 학과장 벼슬도 벼슬이라고 평생 직장을 떠나는 같은 과 정년퇴임 교수를, 특히 자네에게 비판적이었다는 이유로, 갖은 방법으로 모욕을 주는 일이 다시는 생기지 않도록 필요한 조처를 잘 해주기 바라네.
잘 지내게.
2021년 11월 29일
문과대 응용영어통번역과 명예교수 한학성
<추신> 이 내용을 내 블로그에도 올려놓도록 하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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