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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각·내 이야기

수업을 종강하며

어제 영어학입문 수업을 종강했다. 영어로 진행하는 이 수업은 작년 수업과 많이 대비되었다.

 

작년에는 학생 수가 적고 의자를 옮길 수 있는 교실이었기 때문에 전체 학생이 빙 둘러 앉아 토론식 수업이 가능했다. 그만큼 모든 학생이 수업에 참여할 수 있었고, 학생들의 만족도도 높았던 것으로 생각한다.

 

이번에는 학생 수가 많았다. 그리고 교실도 계단식으로 되어 있어 토론이나 조별 활동 등을 위해 둘러 앉을 수가 없었다. 따라서 “전체 학생들 대 나”의 구도가 학기 내내 계속되었다. 이런 구도에서는 학생들의 참여가 극히 소극적이다. 학생들에게 질문을 하면 대개 고개를 숙이고 모른다는 반응이 오기 일쑤이다.

 

빙 둘러 앉는 수업에서는 학생이 고개를 숙인 채 대답을 회피하거나 계속 침묵을 지키기가 어렵다. 교실 안 모든 사람들과 시선을 마주하기 때문이다. 그만큼 학생들의 참여를 이끌어내기가 쉬워진다.

 

영어로 하는 수업이 효과적이 되려면, 학생들이 적극적으로 수업에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이 되어야 한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학생 수가 15명 이내가 되어야 하고, 수업 중 학생들끼리 서로 마주 볼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수업에서는 영어만 사용해야 한다. 경우에 따라서 영어 속에 일부 한국어 단어를 사용해야 할 때도 있을 것이다. 그런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수업에서 영어만 사용해야 한다.

 

간혹 먼저 영어로 설명을 한 후, 학생들의 이해를 도와주기 위해 한국어로 다시 설명한다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것은 별로 좋지 못한 방법이다. 이렇게 하면 학생들이 영어 설명보다 한국어 설명에 더 귀를 기울이게 될 것이다. 질문도 한국어로 하게 될 것이다. 이런 환경에서는 가르치는 사람과 학생들 간에 영어로 상호작용을 하기가 어렵게 된다.

 

그렇게 하더라도 듣기 훈련에는 도움이 되지 않느냐고 하는 사람도 있을지 모르겠다. 듣기 훈련을 위해서라면 훨씬 더 좋은 방법이 많이 있다. 굳이 한국인 교수의 영어로 듣기 훈련을 할 필요가 없다.

 

영어로 수업을 하는 이유가 학생들의 영어 능력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면, 그 수업에서는 학생들이 반드시 영어로 말을 하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 가르치는 사람도 반드시 영어만 사용해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 학생 수를 적절히 통제해야 하고, 의자 배치도 달리 해야 한다. 물론 시험에서도 영어로 묻고 영어로 답을 쓰도록 해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는 영어 수업은 허울 뿐의 영어 수업일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