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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각·내 이야기

천억원이 백석 시인의 시 한 줄만도 못하다

성북동 요정 대원각의 주인이었던 김영한씨가 1996년 1천억원대에 이르는 땅 7천여평을 법정 스님에게 시주하여 길상사라는 절을 세운 것은 잘 알려진 이야기이다. 그 여인이 백석 시인의 연인이었다는 것도 역시 잘 알려진 사실이고.

 

어느 기자가 그 여인에게 1천억원을 기부하기로 하고 나서 혹시 후회한 적은 없느냐고 물었다고 한다.

 

이 여인, 기자에게 되물었단다.

 

"기자 양반, 천억원의 가치를 아십니까?"

 

그 기자가 머뭇거리자, 그 여인이 했다는 말.

 

“천억원이라야 백석 시인의 시 한 줄만도 못합니다."

 

조만간 길상사에 한 번 다녀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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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석 시인이 김영한을 생각하며 쓴 시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가난한 내가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

오늘밤은 푹푹 눈이 나린다

 

나타샤를 사랑은 하고

눈은 푹푹 날리고

나는 혼자 쓸쓸히 앉어 소주(燒酒)를 마신다

소주를 마시며 생각한다

나타샤와 나는

눈이 푹푹 쌓이는 밤 흰 당나귀 타고

산골로 가자 출출이 우는 깊은 산골로 가 마가리에 살자

 

눈은 푹푹 나리고

나는 나타샤를 생각하고

나타샤가 아니 올 리 없다.

언제 벌써 내 속에 고조곤히 와 이야기한다

산골로 가는 것은 세상한테 지는 것이 아니다

세상 같은 건 더러워 버리는 것이다

 

눈은 푹푹 나리고

아름다운 나타샤는 나를 사랑하고

어데서 흰 당나귀도 오늘밤이 좋아서 응앙응앙 울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