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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각·내 이야기

경희대의 엉터리 영어 안내판

경희대 입구에 들어서서 조금 걸으면 "문화세계의 창조"라고 적힌 탑이 나온다. 여기서 말하는 "문화세계"가 무엇을 뜻하는지 나는 가끔 의아할 때가 있다. "가짜"와 "거짓", 그리고 "후안무치함"이 횡행하는 사회가 "문화세계"일 수 있을까?

 

그 탑 주변에 영어 안내판이 있는데, 그것을 찍은 사진이다.

 

 

맨 위를 보면 다음과 같이 적혀 있다.

 

 

"법과대학"을 "School of Law", "법학전문대학원"을 "Law School"로 번역한 것도 그렇지만 ("School of Law"는 학부 과정, "Law School"은 대학원 과정이란 말인가?), "2법학관"을 "SecondLaw School"이라고 번역한 것은 압권이다 (같은 학교에 "1법학전문대학원", "2법학전문대학원"이 있다는 말인가? 띄어쓰기만이라도 제대로 하면 안 되겠는가? 그리고 "법과대학"이라는 단과대학은 이미 오래 전에 없어졌는데도, 2020년 6월에 서 있는 이 안내판에는 여전히 살아 있다).  

 

그리고는 "국제법무대학원"의 "법무"를 "Legal Altaires"라고 희한하게 적어놓았다 (아마도 "Legal Affairs"를 잘못 쓴 것으로 보인다). 여러 해 동안 다양한 경로로 이의 시정을 촉구하였지만, 무슨 이유인지 아직도 그대로이다. 그런데도 학교 안에는 “Towards Global Eminence”라고 적힌 깃발이 곳곳에 보인다. "Global"이라는 말의 의미가 무색할 지경이다.

 

그러면서 소위 인문학 교육을 강조한다며 세운 교양대학에는 "후마니타스칼리지"라는 외국어 이름을 붙여놓았다. 외국어 이름을 붙이면 무언가 그럴듯하게 보이겠지 하는 정도의 깜냥으로 "교양", "인문 교육"을 논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므로 이에 대해 더 말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이들이 "Art-人"처럼 영어와 한자를 마구잡이로 섞은 이름의 행사를 벌이는 것을 보면 착잡한 마음을 금하기 어렵다.

 

"후마니타스"라는 이름으로 교양 교육을 혁신한다며 나선 인사는 석사 학위도 없으면서 수십 년 동안 미국 박사 행세를 해 오던 자였다. 이를 감안하면 이런 얄팍한 행위들, 즉 교양 없는 자가 교양 운운하며 마구잡이 외국어 이름을 만들어 쓰는 행위들은 그들의 수준에서는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런데 그런 화상들이 주도하는 대학 안에서 정작 학교 안내판에는 엉터리 영어 번역들이 난무하니, 영어가 객지에 와서 고생이 많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다.

 

그런 깜냥으로 "문화세계"를 창조한다니, 그 놈의 "문화세계"는 도대체 어떻게 되어 먹은 세계일까?

 

 

(참고: "경영대학"과 "경영대학원"의 영어 번역은 다음과 같이 되어 있다. 

 

 

몇 년 전에는 "신문방송국"을 "College of Business Administration"이라고 번역해 놓기도 하였다.

 

 

도대체 이런 번역은 누가 하는 것일까? 그리고 경영대학 교수들은 대관절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일까? 답답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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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위의 내용을 동영상으로 만들어 유튜브에도 올려놓았다 (다음을 클릭하면 볼 수 있음).

 

https://www.youtube.com/watch?v=wWLX0nAWVy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