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에게 영어학개론 과목을 가르치다보면 영어학 용어들이 생경한 한자투 용어로 번역되어 있음을 새삼 절감할 때가 있다.
예를 들어 미국영어의 특징처럼 알려져 있는 'water'의 't' 발음은 흔히 '설탄음'으로 번역된다. 그런데, 이런 용어를 가지고 학생들에게 이 때의 't' 발음에 대한 특징을 제대로 알려줄 수 있을까?
나는 1997년에 처음 나온 내 책 "한국인을 위한 영어발음 6원칙"(도서출판 글맥 발행, 도서출판 글맥의 폐업으로 2001년 테스트뱅크에서 "한국인을 위한 영어발음 교과서"라는 이름으로 재출간됨)에서 이 때의 't' 소리를 "여린 t 소리"라고 불렀다. 이런 용어가 학생들에게 그 소리의 특질을 더 제대로 알려줄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t'의 다른 소리들에 대해서도 기존의 한자투 용어와는 다른 용어를 사용하였다.
즉 흔히 "유기음"으로 번역되는 /t/ 소리 (= aspirated /t/ sound, 예: team, Tom 등의 't' 소리)는 "밝은 t 소리"로, "무기음"으로 번역되는 /t/ 소리 (= unaspirated /t/ sound. 예: steam, stay 등의 't' 소리)는 "된 t 소리"로, 또 "성문음"으로 번역되는 /t/ 소리 (= glottal /t/ sound, 예: Latin, button 등의 't' 소리)는 "막힌 t 소리"라고 불렀다.
물론 나의 이런 용어가 완벽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이런 용어들이 해당 소리의 음성학적 특징을 더 쉽게 이해하도록 만들 수는 있지 않을까?
그렇지만 이런 용어를 쓰는 것은 아직까지 나 외에는 아무도 없는 것 같다. 우리 학계는 언제까지나 생경한 한자투 용어를 고집해야 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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