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대학 중에는 ‘줄’ 문화가 만연되어 있는 곳이 많다. 이 ‘줄’은 대학인이 추구하는 가치와는 정반대의 속성을 지닌 것이지만 대부분 교수들은 이에 잘 순응하며 지내고 있다.
이 줄은 대개 그 안에서 ‘권력’을 행사하는 사람을 중심으로 형성되는 것으로, 한 조직 안에 하나의 줄만 형성되어 있는 경우도 있고, 여러 줄로 나뉘어 서로 다투는 경우도 있다. 대학 안에서 일어나는 갈등의 상당 부분은 이런 줄 간의 다툼에서 비롯된다. 그리고 그러한 다툼은 대개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결과를 야기한다.
지성인으로 자처하는 교수들이라도 일단 어떤 줄 안에 들어가면 객관적 사고가 불가능해지는 것처럼 보인다. 오직 그 줄 안의 논리에 함몰되어, 그것이 합당한 것인지, 혹은 일반 규범에 부합하는 것인지 여부에 대해 아무 생각도 하지 않는 것처럼 보일 때가 많다.
문제는 이런 줄에 끼지 않는 교수는 어느 줄로부터도 따돌림을 받는다는 것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줄로 엮인 사람들의 문제를 지적하는 것만으로도 그 조직 안에서 도태되거나 축출되기까지 한다. 이런 곳에서 과연 지성이 움틀 수 있을까? 줄 속에 숨어 줄이 주는 안온함에 아무 문제도 느끼지 않으면서 밖으로는 지역감정이 어떻고, 파벌이 어떻고 하는 교수들이야말로 촘스키가 이야기한 거짓 예언자(false prophet)들이 아닐까?
'내 생각·내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단군왕검’ 대신 ‘단군 임금’이라고 부르자 (0) | 2009.07.21 |
---|---|
정지용 시인의 "카페 프란스" (0) | 2009.07.14 |
What God and Man Is (0) | 2009.06.25 |
고향이 어디십니까? (0) | 2009.05.18 |
"3.3㎡당" 이라는 표현을 꼭 써야 하는가? (0) | 2009.04.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