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상방위가
케이야 너는 어이 형법 교수 지내고서
계명구도에 네 홀로 비루한가
아마도 오상방위는 너만 몰라 하노라
*계명구도(鷄鳴狗盜): 비굴하게 남을 속이는 하찮은 재주 또는 그런 재주를 가진 사람을 이르는 말. 중국 제나라의 맹상군이 진(秦)나라 소왕(昭王)에게 죽게 되었을 때, 식객 가운데 개를 가장하여 남의 물건을 잘 훔치는 사람과 닭의 울음소리를 잘 흉내 내는 사람의 도움으로 위기에서 빠져나왔다는 데서 유래함.
*오상방위(誤想防衛): 정당방위의 요건이 되는 사실, 즉 자기나 타인의 법익에 대한 현재의 부당한 침해가 없는데도 그것이 있다고 잘못 생각하여 행한 방위 행위를 말함.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에서 형법을 가르치던 어느 교수는 살인과 관련된 오상방위 사례 문제를 두고 한 학생에게 “갑의 죄책은 무엇인가”라고 물었다고 한다. 그 학생이 머뭇거리며 “살인죄 . . .”라고 오답을 내놓자 그 교수는 “법률가는 조문에 근거해야 한다”며 훈계하고 이어서 형법전을 뒤적이기 시작했다고 한다. 한참을 찾아도 해당 조문이 나오지 않자 그는 “법전이 잘렸나. 이 법전이 파본인가”라며 혼잣말을 하였고, 학생들에게 “올해 현암사 법전은 다 파본이네, 다른 법전 가진 학생 없나”라고 물었다고 한다. 이 상황을 지켜보던 한 여학생이 “오상방위 조문은 형법전에 없는 것”이라고 말하자 그 교수가 불쾌감을 드러냈다고 하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
위의 시조는 앞의 일화를 이정보의 다음 시조에 덧대어 지은 것이다.
국화야 너는 어이 삼월동풍(三月東風) 다 지내고
낙목한천(落木寒天)에 네 홀로 피었느냐
아마도 오상고절(傲霜孤節)은 너뿐인가 하노라
'시·시조·하이쿠' 카테고리의 다른 글
멍판사 (0) | 2020.07.18 |
---|---|
거짓 평화 (0) | 2020.06.17 |
월왕 경국가-무능하고 경박하고 몰염치한 달나라 임금님 (0) | 2020.02.26 |
얼굴에 철판을 깔고 "뻔뻔가"를 부르는 사람들 (0) | 2020.02.21 |
달나라에 살고 있는 두 사람을 생각하며 (0) | 2020.02.18 |